도로 연수를 3번 6시간을 받고 호기롭게 주행을 결심했다. 남은 4시간을 받고 하면 좀 더 나아지기야 하겠다만, 그냥 무슨 일인지 모르게 해보고 싶었다. 오히려 한번 갔다와서 직접 몸소 느낀 것들을 강사쌤과 의논하고 싶었던 마음이 강했던 것일까, 진짜 무식하게 어쩌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출정을 결심했다. 왕복 40km가 훌쩍 넘는거리다. 무사히 살아돌아 올 수 있을까.
도로 연수 후, 첫 주행
첫 쏘카
장롱면허 7년에 도로 연수도 3번 밖에 안받았으니 당연히 차가 있을리가 없었다. 근데 운전은 하고 싶고 출정에 대한 마음을 굳혔으니, 일단 쏘카에서 빌려보기로 한다. 이럴 계획으로 쏘카 신용카드도 들어놨고 쿠폰들도 잘 알아봤다.
신분증과 결제카드만 등록 해뒀다면 크게 이용하는건 어렵진 않았다. 첫 차로 도로주행 연습하면서 봐둔 캐스퍼를 빌렸다. 연수는 투싼으로 했었기때문에 조금 더 작은 차로 편하게 운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아무튼 근처에 캐스퍼는 없었어서, 부름서비스에 쿠폰 달달하게 먹여서 첫 운행을 준비했다. 진-짜- 인생 처음 나혼자 운전하는 차량은 바로 캐스퍼였다.
지하주차장
쏘카 차는 주상복합 지하4층에 있었는데, 나는 한번도 지하주차장에 차를 가지고 들어가본적도 없고 다시 나와본적도 없었다. 어쩌지 ? 라는 생각이 머리속에 끝없이 맴돌았고, 일단 쏘카 어플이 시키는데로 사진 찍고 일단 앉았다. 안전벨트를 메고 도로 연수 받을 때 했던데로, 브레이크를 밟고 사이드를 풀고, 시동을 걸고 기어를 D로 가져다 놨다. 이제 브레이크만 놓으면 앞으로 간다.
진짜 다행히도 사람이 없는 건물과 시간대라서 지하주차장을 나오는 내내 역주행을 하서 올라왔다. 중간에 뭐 갑자기 방수 공사한다고 올라가고 내려가는 차선을 1개로 좁혀놔서, 갑자기 내려오는 차를 마주하니 머리가 벙 쪘다. 어떻게 비켜주는지도 안 배워서, 대충 주차할때처럼 오른쪽으로 최대한 붙여주니 무사히 지나가신 것 같다. 그리고 정산하는데도 처음이라, 너무 멀리 차를 세워서 결국 문열고 나와서 정산을 마무리했다. 만약 여기서 삼성페이가 안 먹혔더라면 또 멘탈이 터졌을 것 같다. 이때는 뒤에서 차가 기다리고 있어서 너무너무너무 긴장이 되었다. 이런건 도로 연수때 절대 배울 수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지상 세계로 올라왔다.
지하탈출
지하주차장 보다는 지상 세계가 나았다. 그래도 이 동네는 도로 주행때 다녀봤던 곳이라 그래도 좀 자신이 있었다. 근데 건물 나올때 신호 못봐서 출발 못했고, 급하게 출발하느라 사람 칠뻔 했다. 진짜 이게 자전거랑 달라서, 행인 치면 바로 사고인데 경각심을 좀 가져야겠다. 한번 치면 돈 우르르 박살난다.
그리고 신호를 진짜 잘 못 본다. 면허는 어떻게 땃는지 가야할 때와 가지 말아야할 때를 모른다. 정말 맨 앞에 서고 싶지 않다. 근데 다행히도 맨앞에서 어버버하고 있으면 뒤에서 상냥하게 클락션 울려줘서 그때 가면 된다. 오늘도 두번을 맨 앞에 섰는데 정말 다행히도 뒤에서 빵빵 해줘서 갈 수 있었다. 건물에서 나와서 바로 3차선에서 가장 왼쪽 차선가서 좌회전 신호 받는게 진짜 난이도가 높았다. 우회전하자마자 바로 깜빡이 두번 해서 제일 왼쪽 차선으로 가야한다. 비보호라 뒤에서 막 차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 쫄깃했다. 생각해보면 다 도로 연수 때 배운 것들인데, 그때 좀 열심히 좀 할걸. 강사님 보고 싶습니다.
시내주행
시내주행은 빨라야 50km/h 할만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미친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전방 주시만 잘 하고 가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가는 길들은 보통 큰 길이라 보행자들이나 자전거가 툭툭 튀어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신호만 보고 잘 갔으면 되었다. 다만 강변북로나 올림픽 타아햘 때는 잘 빠져줘야하는데, 네비를 잘 볼줄 몰라서 계속 나중에 늦게서야 차선을 바꾸려고 하니 긴장도 많이 되고 쫄리기도 많이 쫄렸다. 차선 변경은 항상 네비 음성을 듣고 미리미리 준비해둬야한다.
강변북로
문제는 주차도 아니었고 시내도 아니었다. 문제는 애증의 강변 북로였다. 강변 북로는 95% 확률로 막히는데 거기에 티맵 환장 콜라보까지. 티맵은 막힌다 생각하면 그 시간에 최적화된 시내 길로 안내한다. 초보에게는 너무 버거운 안내였던 것 같다.
강변 북로는 일단 길이 안막힌다 생각되면 시속 80km/h 밑으로 떨어지면 안된다. 규정속도 80km/h인데 그 표지판 뜻이, 80km/h을 넘으면 안된다가 아니라 80km/h 밑으로 떨어지면 뒤에서 빵빵을 할 것이란 뜻이었다. 고가 커브 돌때 진짜 무서운데, 그래서 한 40km/h 정도로 돌아나오려 하면 어김없이 빵빵한다. 커브길도 60km/h는 유지해줘야 하는 것 같다.
근데 이건 진짜 특이한 상황이고 보통 강변북로는 다 막혀서, 미리미리 차선 잘 안 바꿔놓으면 정작 나가야할 때 절대 나갈 수 없다. 나도 한 3~4번 운행까지는 강변북로에서 제대로 못 빠져나갔다. 쌩쌩 달릴때에는 쌩쌩 달려서 차선 바꾸기 무섭고, 천천히 달릴때에는 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서 무섭다. 참 애증의 강변북로. 개인적으로 강변북로는 도로 연수하기는 좋은 곳은 아닌 것 같다.
어려운 건 다 피해라
운전은 어쩌면 어려서 하던 디아블로2 하드코어 모드 같다. 한번 죽으면 캐릭터는 삭제되는 모드여서, 더 짜릿하고 스릴감 있게 플레이 할 수 있었다. 운전도 똑같은 것 같다. 한번 실수해서 때려 박으면, 그 트라우마와 부상, 후처리비용 와르르. 그래서 절대 박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운전을 해야하니 이렇게 피곤한 것 같기도 하다. 도로 연수 때랑은 또 압박감이 완전히 다르다.
나야 매일 같은 길을 왔다갔다하다보니, 계속 익숙해지는 것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 익숙해짐 가운데 영원히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강변북로인데, 미리미리 대비한다한들 어김없이 한번씩 빅 엿을 먹고 돌아온다. 그래서 한 4번을 연속해서 엿을 먹고나니 생각을 바꿔하기로 했다. 그냥 올림픽으로 쭉 타고 들어가다가 최대한 강변북로를 적게 타는 방향으로 동선을 바꾸기로 했다. 또, 주차 할 때 굳이 어려운데 넣으려고 하지 않고, 한층 더 내려간다. 운전은 특히 초보때는 이렇게 해야하는 것 같다. 어려운건 다 피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