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언젠가는 가볍게 떡볶이를, 그리고 순대를 먹고 싶은 날이 있다. 비단 떡볶이나 순대뿐만 아니라, 라면에 김밥까지 모두 내고향분식에 먹을 수 있다. 어머니와 따님이 하시는 작은 가게인데, 메뉴판에서 알 수 있듯이 참 많은 세월과 손님들이 스쳐간 곳이다. 실제로 매장에 가면 나이가 아주 많으신 어르신들도 계신데, 여전히 착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인심을 잃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다. 물론 당연히 맛은 덤이다.
영등포 내고향분식
떡볶이
떡볶이는 이러한 모양을 하고 있다. 쌀떡인지 밀떡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렸을 적 학교 앞에서 먹던 딱 그 맛이다. 그릇에서 품겨져 오는 엔틱함을 숨길 수 없다. 2024년 서울에 아직 이러한 곳이 남아있다니 참 감사한 일이다. 1인분을 시키면 양은 저정도 나온다. 혼자 먹기에 좀 많아서 남기고 왔던 것 같다.
순대
순대도 이러한 모양으로 나온다. 요즘 사실 순대는 다 상향 평준화돼서 맛있는 것 같다. 순대는 촉촉하고 간과 허파는 씹는 맛이 좋았다. 1인분에 이 정도면 혜자스러운 것 같다. 특히나 저 옆에 조그많게 같이 주는 소금이 진짜 뭔가 옛날 그 학교 앞에서 먹던 향수를 자극하는 것 같았다. 저 소금을 뭐라하는지 모르겠다만, 촉촉한 순대와 간에는 저 소금이 맞다.
오뎅국물
그릇에서부터 풍겨져 나오는 진짜의 느낌. 요즘은 레트로 컨셉으로 일부러 이런 그릇을 가져다 놓는 곳도 있지만, 여기는 아마도 진짜 예전부터 이러한 그릇을 썼던 것 같다. 떡볶이를 담아주면 그냥 맛있어지는 마법의 그릇이랄까. 여기에 오뎅국물을 담아주셨는데 최근에 먹었던 그 어떤 국물보다도 진했고 내 마음을 스르르 녹여줬던 것 같다. 어쩌면 이런 국물이 참 그리웠던 게 아닐까. 오랜만에 떡볶이 먹으면서 깊은 향수에 빠질 수 있었다.
* 내고향분식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