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곱창을 먹을지도 모르고, 돼지곱창, 소 곱창 구분할지도 잘 모른다. 근데 1년에 몇 번은 엄마가 꼭 꽂혀서 이걸 먹어야 한다고 하기 때문에, 울면서 끌려갔다. 다행히 집 근처에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곱창집이 있었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라서 어머니를 모시고 갔다. 이때가 살면서 곱창을 3번째 먹는 날이었나 그랬다.
문래 대왕 곱창구이
모듬 곱창
이 가격이면 삼겹살이!!! 라고 하면서 주문했다. 사실 곱창을 거의 안 먹어봤기 때문에 가격대도 잘 몰랐다. 대체로 곱창들은 이 정도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소주 4,500원인 게 어디냐. 나중에 골목식당을 보니 곱창류는 워낙 사전 손질이 복잡해서 가격이 비싸다고 한다. 곱창을 손질하는 건 막 물에 씻고, 또 그 와중에 안에 곱은 흘러내리면 안 되고... 많이 복잡해 보였다.
초벌구이
주문하면 이렇게 초벌을 해서 주신다. 곱창이 워낙 기름이 많은 음식이라, 이렇게 한번 구워서 주면 내 테이블에서 좀 덜 튄다. 그래도 기름이 많긴 하지만, 테이블에서 튀는 거 보면 초벌 안 했으면 얼마나 튀었을까 안도하면서 먹긴 한다.
식빵 존재의 이유
곱창집에 왜 식빵이 있나 했더니, 이렇게 기름을 빨아들이는 용도로 철판 테두리가 끼어있었다. 오랜 경험에서 오는 지혜로움이지 않을까 싶다.
밑반찬
밑반찬은 이렇게 나온다. 밑반찬이 화려하진 않지만, 부추무침, 양배추 등등 이렇게 나오는 것 같다. 대부분 곱창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밑반찬이었다. 같이 준 찌개도 소주 한잔하기에 너무 좋았다. 역시 소주가 잘 팔리는 집은 디테일이 다르다. 곱창집들은 대체로 밑반찬이 되게 잘나온다. 아마도 가격 자체가 비싼 음식이다보니, 혹시라도 밑 반찬이 적어서 서운할 고객님들을 위한 배려이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모듬 곱창
친절히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벽면에 잘 쓰여있었다. 사장님이 초벌을 해주면 그걸 가져와서 그냥 바로 먹기 시작하면 된다. 사실 정말 뭐가 뭔지 몰라서, 부추랑 양배추에 잘 덮어서 먹었다. 이게 막창인지 대창인지 구분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그저 소주랑 맛있게 먹었다. 저 두툼하니 곱이 가득 차있는 건 진짜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되게 좋은 술안주임에는 틀림없다.
저 안에 곱이 가득 차있는 게 되게 어려운 기술이라고 했다. 역시 퇴근길에 보면 직장인들이 앉아서 술 먹는 곳은 뭔가 달라도 달랐다.
간 천엽
나한테 간은 순대 간 뿐이었는데, 이렇게 생간은 처음 본다. 생으로 먹으라고 준 것 같은데 생으로 먹을 자신이 없어서 구워 먹었다. 천엽은 위장 내부 표면인 것 같은데, 이것도 생긴 게 이상해서 같이 구워 먹었다. 사실 처음 먹어보는 거라 식감이 막 친숙하진 않았는데, 뭐 간장이나 기름장 찍으니 또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근데 여기 기름장이랑 간장은 정말 마법의 소스인 것 같다. 뭘 찍어 먹어도 정말 맛있다.
볶음밥
배는 부르지만 볶음밥은 참을 수 없었다. 곱창 기름에 비벼 먹는 볶음밥, 한국인이 이걸 어떻게 참을 수 있을까. 게다가 계란후라이에 김가루까지.... 남자들이 이 볶음발을 싫어할래야 할 수가 없다.
육개장 컵라면
대왕 곱창구이 문래점의 별미는 육개장에 있다. 라면을 끓여줘도 맛있게 먹겠지만은 남자들에게 이 육개장은 진짜 낭만이 있다. 아무튼 볶음밥까지 먹었지만, 또 육개장이 입에 들어가는 신기한 날이었다. 곱창으로 시작해서 소주와 볶음밥, 그리고 육개장까지 참으로 아름다운 밤이었다.
* 문래 대왕곱창구이 위치